어떤 분이 수학 나형에 대해서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1.고3입니다.
2.부끄럽지만 아직 수1 지수로그함수 풀고있습니다.. 다른건 손도 못댔습니다
3.하루에 7시간은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4. 현재 성적은 5등급입니다.(나형) 쎈수학 B단계는 한두장 푸는데 두세시간 걸리는것 같습니다.
개념서 연습문제도 무난하게 푸는것 같은데 조금만 응용되면 어려운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1.고3이면 보통 1월부터 진도를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곧 5월인 이 시점에 왜 아직도 수1 지수로그를 하고있는지?
2. 하루에 7시간씩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저는 수험생들이랑 상담할 때 수험생들이 자신하는 말들을 대체로 믿지 않습니다. 하루에 7시간씩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뭘까요. 만약 지금까지 하루에 7시간씩 해왔다고 하면 왜 아직도 진도가 쭉쭉 나가지 못했을까요? ‘내가 지금 생각할 때 내 의지로는’ 하루에 7시간씩 할 수 있다는 말이라면 그건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3.사실 개념서 연습문제도 스펙트럼이 큽니다. 수학의 바이블 같은 책만 봐도 사실 예제는 본문에 있는 기본문제 거의 따라 하는 수준인데 연습문제 뒷부분부터 꽤나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연습문제를 무난히 푼다고 하는 말이 저한텐 아직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가지 더 이것저것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대답을 얻었습니다.
제가 현재 듣는 정승제쌤이 수학은 개념을 다지는게 제일 중요하다 라고 말씀하셨고 수학칼럼을 봐도 개념이 제일 중요하다라는걸 많이 봤기에.. 문제풀이도 어느정도 해야하는걸 알면서 처음 접하는 유형은 원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히면 ‘아, 개념이 부족하구나’하고 계속 개념만 했던것 같습니다. 스스로 학습할때 가장 어려웠던점은.. 역시나 유형문제집이나 교재에 수록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고 계속 막히는게 어려웠습니다.. 사실 개념인강도 선행을 한번도 하지않았기에 개념이 몇몇은 이해안갈때도 있었고요.. 완벽한 개념학습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개념을 어디까지 얼마나 파야할지도, 하루에 문제를 얼마나 풀어야할지도 몰랐구요.. 강의는 정승제쌤이 제일 이해가 잘 가는것 같습니다. 그외 다른쌤들은 잘 이해가 안갑니다.
교재에 수록된 쉬운 몇몇 문제는 풀리는데 조금만 응용해야하면 막힙니다.. 분수통분이랑 연립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및 근의공식은 50일수학, 수꼭필 강좌들으며 문제는 많이 풀진 않았지만.. 여러번 강의듣고 혼자 백지복습 해봐서 할줄압니다. 근데 기하는 좀 약합니다. 온갖 도형 넓이공식이나 문제에 도형이 나오면 멘붕이 옵니다.. 함수그래프는 그릴줄 압니다. 피타고라스 정리공식도 압니다.
중학교때부터 공부를 쭉 안하다가 중2때 잠시 수학학원 다녀서 인수분해, 방정식, 함수 등등 기초적인 것들은 했구요 중3때 끊어버리고 공부를 안하다가 고1때 50일수학을 들었습니다.
한달동안 하루에 7시간은 수학인강만 듣고 복습했습니다.(문제는 풀지않고 인강만..) 그렇게 한달만 공부하다가 50일수학을 얼추 다끝내고(개념만 얕게 아는상태) 다시 풀어져서 공부를 아예 거의 안하게되었고.. 그게 계속 누적되다보니 습관도 안잡혀져서 정말 말 그대로 공부를 하나도 안하게됐네요.
이번 겨울방학 1월달쯤에 수꼭필을 들었는데, 하루에 2강씩 듣고 백지복습 했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다른과목 공부 조금하고 유튜브보고.. 그러다 2월달부터 하지않았고요.. 문제점은 살면서 수학문제집 하나 다푼건 하나도 없는것 같아요 쎈같은 기본유형문제집도 조금풀다 어려워서 그만뒀고.
개념서도 앞에만 조금풀다 말았습니다. 수학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그만두는게 제 제일 큰 문제점인것 같아요. 쎈을 풀려하다가도 지금 많이 늦었는데 쎈을 풀어도 되나? 그냥 개념강의만 들으면서 개념만 달달달 외우고 기출부터 들어가야하지않나? 하면서 쎈 조금 풀다가 개념인강듣고.. 또 중간에 흐트러져서 공부를 놓고 그렇네요.. 하루에 인강듣고 백지복습 조금만 이후로는 아예 딴짓하면서 시간을 날렸습니다.
또르르...
대충 사용한 단어들을 가지고 한번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1. 문제가 풀때 잘 모르는게 많고 막힘 ->
이것에 대한 원인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고1 과정 기초가 부족할수도 있습니다. 강사가 강의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서 풀어봐야하는데 그걸 잘 못할수도 있습니다.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그런걸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공부해온 시간이 너무 적어서 실력이 너무 약해서 그런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 모든 이유일 수도 있죠. 사실 이유를 명확히 알면 좋지만 보통 그런 이유는 문과 5등급이 스스로 알 수 있는게 아닙니다. 대체적으로 내공 자체가 약해서 그런게 많을테고, 그 해결책은 내공을 올리는 것일테니깐요. 문제는 어떻게 내공을 올리냐는 것입니다.
2. 개념을 어디까지 파야할지 잘 모름 ->
지금 보아하니 문제는 안 풀고 계속 개념부분만 반복해서 듣는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1때 50일 수학을 들었는데 한달동안 하루에 7시간 수학 인강만 듣고 문제는 거의 안 푼 경험도 있구요. 유감이지만 일단 수학은 절대로 이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수학은 무조건 자기가 스스로 손으로 써보면서 수행할 때 이해가 되면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 됩니다. 절대로 강의만 듣는다고 이해되는게 아닙니다. 강의 듣고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해야죠.
개념이라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학생이 가지고 있는 인강책 한권 및 내신 문제집 한권이 바로 개념입니다. 그 연습문제를 풀면서 단원마다 대충 ‘아 이런 유형의 문제도 있구나’ 하고 하나하나 알게되겠죠? 거기까지도 기본개념입니다. 문제를 무작정 풀기보단 개념이 중요하다 라는 말은 이제 그것도 안되면서 수능 30번 문제 잡고 있거나 양치기하려고 들지말라는 말인거죠.
3. 문제를 얼마나 풀어야할지 모름 ->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주일에 최소 200문제 푸신다고 생각하세요. 처음부터 이게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땐 일주일에 150문제로 시작하세요. 그래서 점차 수준을 차근차근 올리세요.
너무 많다고요? 죄송한데 이것도 못하면 남은 기간을 고려해볼 때 차라리 수학은 버리시는게 낫습니다. 가끔씩 엄청난 고수들이 어려운 문제 하나를 붙잡고 3일동안 고민했다는 류의 글을 본적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현재 학생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것도 종종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 재료가 없는 사람들이 흰 종이만 바라본다고 어려운 문제가 풀리는게 아닙니다.
4. 정승제 쌤만 이해가 잘 가고 다른 쌤들은 이해가 안감 ->
정승제 쌤만 들으세요. 그렇게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다른 분들을 위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면 가끔 “~~인강 안 들어도 될까요? ~~이 책 안봐도 될까요?” 하는 질문 하는 분들 있는데 막상 대학 와보시면 그런거 하나도 모르고 그냥 동네 학원에서 수업만 듣고 문제집만 냅다 풀어서 1등급 받은 학생들도 엄청 많습니다. 이 시점에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짱이라고 생각하세요.
5. 문제집은 살면서 다 푼건 하나도 없다. 쎈도 조금 풀다 어려워서 그만뒀다. ->
이게 가장 문제입니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현재 학생에게 필요한 것 먼저 minimalism 입니다. 뭔가 쓸데없이 남들이 하는 것 같으니깐 하는것들은 전부 다 버리세요. 그냥 내 인생에는 앞으로 선생님이라곤 정승제밖에 없고, 무조건 개념서 + 문제집 한권을 제대로 푼다고 생각하세요. 또, 학생에게 현재 쎈수학은 너무 두껍습니다. 그냥 좀 더 쉽고 얇은, 과목당 약 4~500제 정도되는 쉬운 내신문제집을 먼저 공략하세요. (수학의 바이블 BOB 같은게 보니깐 적당히 쉽더라구요.) 기출문제는 머리속에서 지우세요. 아직 개념 1회독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걸요.
차라리 정승제 개념강의책 + 쉽고 적당히 얇은 내신문제집 하나만 틀린거 위주로 계속 반복해서 한번 제대로 끝내는걸 먼저 도전하세요. 사실 이것만 해도 수학1,수학2,확률과 통계 다 하려면 과목당 2권이니 총 6권입니다. 남은기간동안 이것만 해도 쉽지 않겠죠.
6. 조금 쉬우면 풀리는데, 좀 어려우면 막힘 ->
그게 지금 아무런 무기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적어도 내가 다 들은 개념강의가 하나, 그리고 그 강의에서 사용된 개념서,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내 스스로 연습해본 문제집이 최소 과목당 하나씩은 있어야죠. 이게 되야 사실상 시작입니다.
이걸 하는 과정에서 계속 과정을 쪼개면서 생각하세요. 왜 어려운지. 어려우면 더 쉬운것부터 시작을 하고 차근차근 이해하세요. 남이 하니깐 나도 해야지 하는 것은 별로 필요 없습니다. 특히 3등급 이하의 등급대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문제집을 풀다가 어려워서 잘 안 풀리면 일단 넘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날 또 도전해보고, 그래도 도저히 안되면 그냥 틀렸다고 채점하고 답 보세요. 그렇게 한 이후에 책 한바한 돌릴 때 다시 돌리세요. 당연히 지금 위에서 말한 책들은 틀린 문제들 위주로 최소한 3번씩은 봐야합니다. (예전에 제가 포만한에 썼던 칼럼인 -양치기할때 수학 문제집 한권 돌리는 방법 https://m.cafe.naver.com/pnmath/1080796 -을 참조하세요.)
7. 기하가 약함 ->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급한불은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한 순간이 올 때 각잡고 하루정도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나형에서 올해부터 무한등비급수같은것이 빠진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아니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하는 사실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습니다. 문제에서 기하내용이 나올 때 한번 내가 뭘 알아야하는지를 먼저 부딪혀보고 차근차근 공부하는게 낫습니다.
8. 겨울방학때 수꼭필 하루에 2강씩 듣고 백지복습함. 그러다가 2월부터 안함 (진도 수준은 수1 지수로그라고 봐야함). 수학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그만두는게 제일 큰 문제점이다. 쎈 풀다가 잘 안되면 개념인강 듣고, 그러다가 기출해야하지 않나? 하고 다시 돌아가고. 그 이후로 아예 딴짓하면서 시간을 날렸다 ->
2월부터 안한 이유가 사실 위 글에 다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재미가 없으면 하기가 싫습니다. 게임이 진짜 재밌어도 자꾸 할때마다 지고 10연패 하는데 즐길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도 아슬아슬하게 계속 아깝게 지면 모르겠는데, 정말 상대도 안되게 장난감 다뤄지듯이 계속 지는데 의욕이 생길사람은 더더욱 없습니다. 롤 같은 게임이라면 계속 게임을 돌리는데 열 번 연속으로 팀원이 이상한 사람이 걸리면 그땐 더 하고싶지 않을겁니다.
제 생각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성을 위해서 ‘내가 지금 이정도는 잘 하고있구나’ 하는 신호를 계속 받아야합니다. 목표를 쪼개고, 스케쥴표를 적어보세요.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하루에 7시간씩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지 말고, 정말 보수적으로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재보세요.’
공부시간은 의지로 재는게 아닙니다. 직접 책상에 앉아서 인강도 들어보고 복습도 해보면서 내가 ‘진짜로’ 하루에 몇시간 공부할 수 있고, 몇문제 정도나 풀 수 있는지를 먼저 재보셔야합니다. 그 이후에 그 계산을 바탕으로
a. 남아있는 강의가 몇 개인지,
b. 인강 책에 있는 문제중 강사가 풀어주지 않는 문제들이 대략 몇 개정도 되는지,
c. 문제집의 문제가 몇개인지,
d. 내가 하루에 강의를 몇 개 들을 수 있는지,
e. 내가 하루에 문제집의 문제를 몇 개정도 풀 수 있는지,
를 직접 계산하세요. 이렇게 하면서 대략 목표까지 가야할 길을 조금씩 쪼개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걸 한번 정했으면 아무것도 하지말고 이것만 하세요. 기출문제, 쎈, 어려운 문제집, 다른 강사, 다른 책 등등… 다 필요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게 짱이라고 생각하고 이것만 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스스로를 세뇌해도 좋으니깐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믿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이게 안되면 자꾸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오히려 공부가 하기 싫어지고, 차라리 아 내가 이딴거 해서 뭐하나 하는 심정으로 유튜브를 키게 되는게 사람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일단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이 정도로 할까요.
보통 이렇게 초조한 상황에 있는 경우 이것저것 하려다 의욕만 잃고 죽도밥도 안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괜히 본인의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https://donghakim17.tistory.com/14?category=1031102 : 자신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면, 수험생활은 망할 수 밖에 없다
)
그러면 위 학생이 이렇게 공부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은 지금은 일단 욕심이라고 봅니다. 일단 확률상 가능성이 낮죠. 이미 1등급 받을 학생들은 저런 과정을 고2때부터 충실히 해왔을테니깐요. 하지만 이런 접근 방법이 지금 당장 성적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먼 이야기를 해보자면, 만약에 어느정도 이렇게 해서 어느정도 1회독에 성공하셨다면, 바로 기출문제집을 사지 말고 복습을 하면서 전년도 수능이나 9월 평가원 모의고사등을 뽑아 먼저 한 3회분 공부를 하면서 트렌드를 잡으세요.
기출문제집은 수백문제이고, 모의고사는 3회분 기준으로 90문제정도이니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최근 문제가 어떤식으로 출제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더 쉬운것도 모의고사 형태이고, 그리고 덩그러니 해설만 있는 기출문제집보다는 해설강의도 여러강사의 강의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https://donghakim17.tistory.com/12?category=1031102 : 킬러문제를 제대로 공부하는 세가지 방법)
그리고 거기서 “현재 내가 공부하고 있는 책” 에서 중복되서 나온 것들 위주로 복습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반복해서 공부를 하세요. 사실 아직 진도가 완벽하지 않은 중위권 고3들 같은 경우 3월 모의고사나 6월 9월 평가원 문제집등은 그렇게 사용하는게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하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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