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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장사를 하려는데 손님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면,

by 수학댕댕이 2021. 1. 2.

1.

오늘 동생이랑 이야기 하다가 예전에 동생이 파스타집을 잠깐 경영했던 이야기를 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을 했던거였는데 학교 앞에서 장사를 했었을때 이야기다.

파스타를 하는데 주 손님들이 대학생이다 보니깐 "봉골레에 왜 이렇게 조개가 많아요?"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는 거다.

정말 얼토당토 안하는 것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니깐 당시 장사를 할때는 짜증도 나고 학생탓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모든게 자기 책임이고 자기가 알아서 처리 했어야 했는데 너무 손님들 수준 탓만 했던게 살짝 후회됐다고.

 

나도 끄덕끄덕한다. 나도 과외할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어느순간 생각을 고쳐먹어야한다는걸 깨달았고 바로 행동을 바꾸었다. 행동을 바꾸자마자 과외문의가 급격하게 늘어났던 옛날 생각이 난다.

 

 

 

 

2.

예전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둔촌동의 초밥가게의 시민시식단이 화제가 된적이 있다.

 

대충 사연은 이렇다.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으신 부부.

남편이 매우 실력자라고 한다.

 

 

상권이 초밥을 할곳은 아닌것 같은데 사장님께서 본인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밀고 들어간거임.

그런데 가게가 적자라서 이미 내놓은 상태.

여러모로 고생중인데 난 벌써 여기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15800원.

가격이 특별히 싸진 않고, 못 사먹을정도로 비싼 정도는 아님.

이정도면 가격보단 사실 맛이 어떤지를 봐야하는 상황.

과연 맛은 어떨까?

 

 

 

비린내 나는걸 정말 전혀 못먹는 김성주도 만족함.

 

 

 

 

백종원도 인정하고, 초딩입맛 김성주도 맛있다고 매우 잘먹음. 실력은 확실한듯.

 

 

심지어 매일매일 가락시장에서 사다가 손질하는거라고 한다. 퀄리티 자체는 진짜 높은 수준임.

프라이드 가질만하다 솔직히.

이거 생각하면 15800원은 너무 싼거 아닌가?

 

 

 

그런데 대체 장사가 왜 안되는걸까?

백종원과 김성주는 이에 대해서 직장인들이 점심 대용으로 먹기엔 양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가게에 들어와도 직장인 입장에선 부담 되는 가격의 초밥은 안 사먹을것이고, 기성품인 돈까스나 우동이나 사먹었을거라는 거다.

 

 

 

백종원은 퀄리티가 좀 떨어지더라도 밥 양을 늘리는 시도를 해야한다고 했다.

가성비가 나오는 초밥메뉴를 구성해야한다고 한다는 것.

그런데 사장님 입장에선 뭔가 자존심이 허락을 안했나보다.

양을 늘려야하냐 마느냐에 문제에 대해서 백종원과 사장님 사이에서 약간 밀당이 있었다.

 

 

 

어쨌든 사장님은 백종원의 말을 적당히 잘 들었고, 9900원에 초밥 7개, 군함말이 1개, 롤2개 등 10피스 메뉴를 내놓았다.

이 동네 상권 주민들에게 시식평가를 맡겨보았는데 여기서 문제가 터진것이다.

 

주변 회사 사람들한테 이 초밥을 얼마정도 주고 먹을거냐고 물어보니깐 무슨 말도 안되는 가격을 말하는것.

8000원정도면 사먹을 것 같다. 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듣고 사모님은 나중에 눈물까지 보인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퍼온 댓글

 

 

그리고 이게 온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난거다.

뭐 저 동네 사람들은 그지들밖에 없냐는둥, 마트초밥도 안 먹어봤으니깐 저런 말을 한다는 둥.

진짜 사장님이 좋은 재료 쓰고 좋은 쌀 쓰는데 그런 미묘한 차이도 모른다니 어쩌구 저쩌구.

양심은 어디갔냐 별에 별 댓글이 다 달림.

 

이게 뭐 작년쯤에 한번 화제였었음.

 

 

 

 

3.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네티즌들은 마음이 아프니깐 그냥 이 상황에서 사장님 편을 좀 들어주고 시식단의 싸구려 입맛을 욕해주고 있는데 과연 그게 바른 길일까?

어차피 이게 골목상권에서 장사를 해야할거라고 한다면 무조건 그 수요자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해야하는건 장사하는 사람의 몫이다.

손님들이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맞춰줘야하는게 아니라는거다.

내가 상대하는 손님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문제라고 치자. 그러면 앉아서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인가?

손님들이 진정한 양을 꽉꽉 채워주는걸 원한다면 원가를 팍팍 낮추고 계란말이초밥이나 유부초밥, 밥같은걸 많이 넣어서 장사를 해야한다. 만약에 그들의 돈을 원한다면 말이다.

네티즌들은 여기서 보통 자기랑 관련된 일 아니니깐 편하게 "ㅉㅉ 수준을 모르네, 양심도 없네" 이런 소리를 하지만 그건 그냥 문제를 회피하는 것밖에 안된다.

 

 

4.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

 

 

예전에 미술하는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진짜 미술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미술은 돈이 안된다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굉장히 낮게 취급하는 그림들(ex. 람보르기니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등) 이 돈이 된다고. 

진짜 나름 실력자인 사장님 입장에선 진짜 "아 차마 내가 이런식으로 요리를 만들어야해?" 하는 생각이 드셨겠지만 그게 현실임.

 

실제로 수학업계에서도 수학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수학에 통달한 필즈메달리스트들이 아니다.

한석원, 현우진처럼 수학을 통해서 시장을 분석하고 장사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그런걸 보면서 세상이 잘 못되었다고 뭐라뭐라 할건가?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들 하고 있네.

 

사장님의 가장 큰 실수는 본인이 하고 싶었던 욕망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일식요리사으로서의 꿈돈을 벌고자 했던 욕망.

이 두 소망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럴수는 없었다.

 

(사장님께서 처음부터 상권분석을 더 잘했어야한다고 본다. 애초에 여기부터가 실패였다고 본다.

너무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강했다. 사모님은 어느정도 알았던것 같은데...)

 

 

 

 

4.

내가 과외를 처음 할 때 나는 학생들이 잘 이해가 안됐다.

나는 최대한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엮어서 제대로 가르친다고 가르치는데 내 과외가 크게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강의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보통은 그냥 쉬운것만 빨리 풀고싶어하고 욕심이 앞섰던것.

왜 이놈 자식들은 바른 길을 가지 않고 가고 싶은 길만 가려고 할까?

물론 이런 모든 판단이 내 자만일수도 있다. 그거랑 별개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게 참 쉽지 않다고 생각들었음.

당시 나도 학생들 수준 탓을 많이 했다. 

"어휴.. 이게 진짜 바른길인데 이걸 못알아보네.."

이런식으로 말이다.

 

내가 진짜로 과외로 돈을 많이 벌어야할 순간이 됐을때 나는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실제로 내 실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는 그들이 원하는걸 줄 수 있는 사람이여야한다.

심지어 그들조차 눈치채지 못한 그들의 욕망까지 캐치해서 근사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나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을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고,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여러가지 칼럼도 쓰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보통 어떤 부분에서 잘못된 실수를 범하는지 등에 대해서 차근차근 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아졌음.

 

내 경험상 이런 마인드 없이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오겠다는건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이지 않나 싶다.

그렇게 해서 장사 되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