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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부 이야기/대학교 수학과에 관한 이야기

[대학원진학] Q. 학벌이 최상위권 대학교가 아닌데 수학과 대학원을 가고싶어요. 반수를 해야할까요? -2-

by 수학댕댕이 202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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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진학] Q. 학벌이 최상위권 대학교가 아닌데 수학과 대학원을 가고싶어요. 반수를 해야할까요? -1-

 

[대학원진학] Q. 학벌이 최상위권 대학교가 아닌데 수학과 대학원을 가고싶어요. 반수를 해야할까요? -1-

Q. 학벌이 최상위권 대학교가 아닌데 수학과 대학원을 가고싶어요. 반수를 해야할까요? 포만한의 모 카페회원이 쪽지로 상담을 요청했다. 먼저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서없게 적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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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 1편에에 이어서 쓰는 글이다.

 

 

 

2. 학부가 최상위 대학이 아니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먼저 상담내용에서 사용된 혹여나 학벌이 나중에 발목을 잡지는 않을지라는 문장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어떤 말을 해놓고도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학벌이 발목 잡는다는게 무슨 말일까?

 

 

 

2-1. 교수

먼저 교수진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만 말하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1학년 입장에서는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교수들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대학을 잘 갈수록 좋다.’ 라고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일단 실력이라는 말을 좀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보자. 실력이란게 대체 무엇인가? 교수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실력이라는 단어는 대체 뭘까? 이 부분에선 논문의 양과 질이다. 이것 말고 사실상 없다. 후배들 보면 대학생 3~4학년들조차 교수들이 잘 못 가르친다면서 이런 사람이 왜 교수하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어린아이 같은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은데 일단 교수는 학부생을 가르치기 위해서 뽑는 직업이 아니다.

 

교수는 뭐하는 직업일까? 어떤 사람이 어떤 전공을 제대로 공부해보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게 물리든 화학이든 철학이든 식품영양학이든 뭐든간에 진짜 대학교 4년 과정 따위는 우스울정도로 그 분야는 방대한 규모으로 진행되고 있을것이다. 내가 있는 전공만 해도 불과 100년전에 가장 천재였던 사람들만 공부할 수 있었던 최첨단지식이 요새는 겨우 석사수준이다. 오늘날에도 최첨단 지식이란 것이 있을것이고 그런 분야에서 연구로 생존하고 계속 논문을 써 나가는게 바로 교수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니깐 학부과정을 가르치는 일에는 사실 교수들은 별 관심이 없단 말이다.

 

 

 

 

그런데 내가 교수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건 무슨 말일까? 바로 교수의 숫자랑 관련이 있다. 서울대에 수학과 교수 숫자가 몇 명인지 아는가? 36명임. 카이스트는? 역시나 30명 훌쩍 넘음. 포항공대는 20명인데 이 학교의 학생규모를 생각하면 꽤 많은거임. 연대부터는 한 19명정도로 아직 꽤 많지만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곳에 비하면 어쨌든 확 줄게된다. 질문자 학교 교수진 숫자는 내가 찾아보니깐 한 13명 정도 되더라. 그리고 학교 레벨이 낮아질수록 보통 교수진의 숫자가 확확 줄어든다.

 

그런데 또 분명히 강의력도 괜찮고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교수님들도 있고, 이게 너가 대학 다니는 내내 가진 재산중 하나인것이다. 근데 당연히 교수가 30명이 있을때, 10명 있을때보단 너를 도와줄 교수가 많지 않을까? 어쩌면 개설되는 강의수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고. 이 차이는 생각보다 정말 크다. 학부생 입장에선 정말 그 교수가 학생의 4년동안 수학방향을 책임질 절대적인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연세대학교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우리학교는 해석학 비중이 꽤 큰 학교다. 일단 교수님들 중 PDE 전공자만 5명임. 그 외에도 해석수론이나 금융수학, 조화해석등 다른 종류의 해석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많고. 이러다보니 이상할정도로 우리학교 출신중에는 해석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게 좀 상식적이지 않겠나? 가장 열정적인 20대 초반에 내가 어떤 류의 교수들에게 노출되는지에 따라 나의 성향이나 내가 공부한 책등이 일차적으로 결정될지 말야. 

 

 

 

 

 

2-2. 시험문제 수준

 

그런데 사실 교수의 영향이 그렇게 중요한가?” 라고 반문하는 학생도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실제로 대학교 공부는 강의보단 스스로 요약하고 연습문제 풀고 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니깐. 특히나 학부과정은 전국 아니 전세계 대학교에서 비교적 같은 과목으로 비슷한 개념을 공부한다는걸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전세계 모든 수학과 학부과정에서 선형대수, 현대대수, 미분기하, 위상수학, 해석학, 복소해석학 등을 가르칠거고 이 기본과목들이 사실 수학과 학부과목들의 핵심임. (이 과목들이 뭔지 모르겠다고 지금 걱정할 필요 없다. 다 곧 배울거임.) 그런데 이 기본과목만 놓고 봐도, 시험문제와 컨텐츠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사실 수학이란게 A라는 개념이 있다고 했을때, 그것을 마음먹고 어렵게 문제를 만들면 정말 얼마든지 어렵게 낼 수 있고,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그 난이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예를 들어볼까.

 

“X Metric space라고 하자. Disjoint Closed set A,B 에 대해서 이것을 separate 하는 open set U,V 가 존재함을 증명하시오.”

 

놀랍게도 이게 연세대학교 1학년 1학기 미적분학에서 중간고사에 출제되었던 문제다. 요새는 뭔가 전반적으로 쉽게 하는 분위기라 이렇게 말도 안되는 문제를 출제하지는 않지만 연세대학교 같은 경우는 어쨌든 해석학 대부분 과목을 꽤나 Hard하게 하는 추세다.

 

, 나는 아직 깊게 공부해보지 않아서 저 문제가 왜 이상한지 잘 모르겠다고? 저 문제는 서울에 있는 상당히 많은 학교에서는 위상수학이라는 3학년 전공과목에서 기말고사에나 출제될 법한 문제다. 심지어 꽤 많은 학교가 저기까지 진도를 안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정말 말할 것도 없다.

 

뒤에서 좀 더 자세히 할 이야기이긴한데, 놀라운건 이런 미친 짓을 해버려도 상위권 학생들일수록 덜컥 풀어버리는 학생들도 많다. 실제로 1학년 당시에 저 문제를 푼 학생들 꽤 많았음. (당연한 이야긴데 당시에 난 못 풀었다. 난 그로부터 한 4년뒤에나 풀게 된 듯.) 자꾸 이렇게 문제를 풀어버리는 학생들이 있으니깐 교수들은 계속 그정도로 맞춰서 내고, 학생들은 더 적응하고 이게 자꾸 선순환(?) 되는 일이 발생한다.

 

 

물론 교육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마냥 어렵게만 내는게 좋은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교수님들은 진짜 너무 심각하게 어렵게 내버린다. 그 정도를 조금 이해하기 쉽게 비유해보자면, 고등학교에서 교과서 예제를 배웠는데 중간고사 시험문제는 갑자기 수능 30번 문제가 출제된다던가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나는 시험 문제가 그렇게 어려워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떤 개념들을 하나 둘씩 빼먹으면서 가르친다거나, 너무 극단적으로 쉽게만 배운다거나 하는건 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벌써 이런것에서부터 하나 둘 차이가 나고 4년정도 구르면 차이가 크지 않겠나? 그리고 아무래도 대학 레벨이 낮아질수록 그런 경향이 더 생긴다.

 

 

 

2-3 영어원서

 

영어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많은 학교가 영어원서를 쓰지 않고 한국어로 된 번역본을 쓴다고 한다. 물론 이건 학교와 교수마다 좀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영어가 그렇게 대수인가? 수학만 잘하면 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뭐 그냥 졸업 하고 취직만 할 정도로 공부할 생각이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대학원 가려고하는데 영어 원서 읽는게 불편하면 이건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된다.

 

실제로 이건 내가 겪은 일인데, 나랑 같은 대학원생 중 한명이 예전에 나한테 어떤 수학책을 가져와서 이 문장의 뜻이 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더라. 이 친구가 학부는 타 학교를 다니다가 대학원만 우리학교로 진학한 사람이였는데, 내가 그 당시에 그 사람이 질문한 문장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 이걸 모르겠어서 물어본다고? 지금 이 문장이 특별히 어려운 문장이 전혀 아닌데? 이 위에만 해도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장도 많고. 얜 정체가 뭐지?’

 

나중에 알고보니 이 사람은 대학원 와서 처음으로 영어원서로 된 수학책을 읽었다고 하더라. 실제로 이 분은 얼마 안 있다가 대학원 생활 그만뒀다. 나는 이 사람과 대화 할때 뭔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고, 실제로 내 주위 사람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대학원 책은 전혀 친절하지가 않다. 대부분 학부 1학년들은 고등학생때 한완수나 수학의 바이블 같은 책 보다가 대학교 원서 책 보니깐 어쩜 이렇게 불친절하지?” 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사실 대학원 수준에서 배우는 책들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게 불친절하다. 일단 한글판 책이 없는것은 당연하고 연습문제조차 없는 책이 허다하다. 이거 당연하지?’ 하면서 생략을 해놓은 경우도 매우 많다. 막상 내가 의심되서 그 당연하다고 하는것의 풀이를 제대로 써본다고 하면 A4용지 1페이지는 우습게 나오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그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영어 읽는데도 문제가 있다? 대학원 수준의 책이 읽힐리가 없다. 수학영어가 다소 어렵지 않긴한데 그거야 학부때부터 충실히 원서 읽는 훈련을 했을 때 이야기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공책이 전반적으로 원서가 아니라면, 4년이 지나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훈련이라고 봐야하니깐.

 

 

 

2-4. 학생들 수준 차이

 

위에서 언급한 시험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보면, 사실 제일 큰 문제는 그렇게 극악스럽게 문제를 내는데 맞춰버리는 학생들이 있다는것이다. 그것도 꽤 많이. 실제로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같은것 읽어보면 서울대에도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자긴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고, 대학교 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인데 도대체 교수들이란 인간들이 가끔 상식적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를 낼 때 정말 화가 난다고 한다. 근데 제일 큰 문제는 그걸 맞추는 애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걸 보면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숨이 나오지 않을까. 그 감정은 사실 이젠 빡침보단 절망에 가깝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그런 학생들 보면 내가 잘 못 살고있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다가도 소주한잔 하고 나서 일어나면 그럼 어떻게 해야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위 포만한 회원이 사용했던 문장 중 [저보다 위의 대학생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지] 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여기서 나 같은 경우는 그냥 괜히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이 뭘까? 아무래도 나랑 같은 학교 학생인데 나도 뭔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사람이고 시험도 비슷하게 쳐서 들어온 학생인데 왜 못해. 이런 생각.

 

 

물론 너무 압도적으로 넘사벽이면 그런 생각도 안 들긴한다. 실제로 내가 복소해석이라는 수업을 들었을 때 진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때도 거의 150점 만점에 80점 가까이 받는 사람도 있더라. 그 당시 나는 14점 받고 A 받았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나랑 좀 다르다는걸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히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는 건 큰 자산이 되면 되지 해악은 안 끼침.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이게 굉장히 유효했다고 생각함. 내가 지금 진짜 아무것도 아니지만 대학원 와서 사람 구실 할 수 있는 이유는 진지하게 공부하는 선배들이랑 후배들, 그리고 같이 으쌰으쌰 했던 친구들 영향이 크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없었어도 내가 대학원을 진학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실 대한민국 사회를 살면서 SKY를 다니고 있다는건 어떻게 보면 그런 메리트가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머리가 똑똑한 것도 있겟지만, 그냥 성공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성공사례에 많이 노출되니깐 나도 그렇게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거고 그러다 보면 또 비슷하게 되는거고. 나도 하면 안돼? 이런 생각은 나와 공통점을 더 찾을 수 있을 때 더 쉽게 할 수 있을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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